
안녕하세요! 소심한 리뷰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 입니다.
- 제목: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 2021)
- 주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마우라 토코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 상영 시간: 179분
- 개봉일: 2021년 12월 23일
- 장르: 드라마
1. 영화 소개

2021년에 개봉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에서 출발해 한층 깊어진 감정의 층위와 철학적 성찰을 덧입힌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보다 인물의 심리와 대화를 통해 쌓아 올리는 감정의 무게를 중심에 놓았으며, 장장 3시간에 걸쳐 상실을 직면하는 인간들의 여정을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냅니다.
전 세계 평단이 극찬한 이 작품은 칸 영화제 각본상,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비평가협회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으며 2021년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연출보다 조용한 감정의 진동과 대사 속 진의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서서히 흔드는 드라마입니다.
2. 줄거리

유스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약하며,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틈이 존재합니다. 오토는 이야기 창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며, 유스케는 그런 아내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허용한 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유스케는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되지만 이를 묻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삼켜버리고 맙니다. 그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문제를 직면하기보다, 관계가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토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유스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집니다.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들, 풀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서로에게 남긴 말하지 못한 진심들이 그를 지독하게 뒤흔듭니다.
2년 후, 그는 히로시마 연극제의 연출가로 초청되며 자신의 대표작 바냐 삼촌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도시로 향합니다. 유스케는 늘 자신의 빨간 사브 900을 직접 운전하며 감정을 정리했지만, 연극제 규정상 운전기사가 배정됩니다. 그가 만난 이는 나이에 비해 무척 침착하고 과묵한 젊은 여성 미사키(미우라 도코). 그녀 역시 깊은 상처를 품고 있지만, 강단 있고 조용한 태도로 유스케의 일상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줍니다.
유스케는 작품 리허설을 통해 배우들과 소통합니다. 그중에는 아내 오토와 한때 관계를 가졌던 배우 다카츠키(오카다 마사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은근한 긴장감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으며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묘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미사키와의 드라이브는 유스케에게 다시금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간이 되고, 미사키 또한 자신이 겪어온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죄책감을 털어놓으며 유스케에게 마음을 연합니다. 두 사람은 히로시마의 고요한 풍경을 배경으로, 서로의 상처를 조심스레 들여다보고,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말미, 유스케와 미사키는 미사키의 고향 홋카이도의 폐가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미사키는 자신이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고백합니다. 유스케는 미사키의 고백을 받아들이며 자신 역시 아내와 마주하지 못한 비겁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은 각자의 상실과 죄책감을 애써 회피하던 자신과 마주하며 아픔을 끌어안기 시작합니다.
3. 평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섬세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감정을 격렬하게 폭발시키는 대신, 침묵과 여백, 그리고 복합적인 눈빛과 대사를 통해 관객이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하루키 특유의 고독과 텅 빈 공기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유스케와 미사키가 나누는 긴 대화들은 마치 감정의 층을 한 겹씩 벗겨내는 과정처럼 묵직합니다.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은 말로 드러내기 힘든 감정을 조금씩 공유하며 비로소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영화는 이 치유의 과정을 결코 단순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상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용기, 죄책감과 화해하는 시간, 그리고 과거를 직시해야만 미래를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요하게 강조합니다.
특히 <바냐 삼촌> 리허설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체홉의 작품 속 인물들이 느끼는 지독한 염세주의와 허무는 유스케의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극 중 극의 방식은 인물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억눌러두었던 감정을 드러내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배우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설정은 소통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며, 인간이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이 언어적 교류 이상으로 감정의 흐름에 기반함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17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각 장면은 인물의 심리를 조명하거나 여정을 의미 있게 확장합니다. 느리고 고요한 전개는 상실과 치유가 단번에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정서적 리듬으로 읽히며, 관객에게도 함께 호흡하며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제공합니다.
연기 역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극도로 절제된 감정 아래 존재하는 진폭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미우라 도코는 차갑지만 깊은 상처를 간직한 미사키를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두 배우가 공유하는 ‘침묵의 연기’는 많은 대사보다 더 강렬한 감정의 여운을 남깁니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입니다. 그것은 화해일 수도 있고, 용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받아들이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감독은 그 결론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며 마지막 장면까지 여운을 남깁니다.
4. 총평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실과 고독, 죄책감과 화해라는 무거운 감정을 다루지만 그 방식은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영화는 말하지 않은 감정과 대화의 균열을 통해 인간 관계의 진실을 탐색하며, 결국 스스로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감정적 여정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조용하지만 묵직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영화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회복에 대한 깊은 사유를 선물할 것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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