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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음습한 병원에서 깨어나는 비극의 기억 - 기담 (奇談, 2007)

by 소심한리뷰도사 202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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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담> 포스터

 

안녕하세요! 소심한 리뷰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기담> 입니다.

 

  • 제목: 기담 (奇談, 2007)
  • 주연: 김보경, 김태우, 진구, 이동규 외
  • 감독: 정식, 정범식
  • 상영 시간: 98분
  • 개봉일: 2007년 8월 1일
  • 장르: 공포, 미스터리, 멜로, 시대극

1. 영화 소개

영화 <기담>은 공포영화 장르에서도 잘 다루지 않았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공포영화다

 

2007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기담>은 일제강점기 말기(1942년)를 배경으로, 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에 가깝게 풀어낸 공포 영화입니다. 정범식·정식 형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고즈넉한 병동의 분위기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독특한 공포감을 형성합니다.

 

영화는 안막(安幕) 병원에서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망령·환영·기억 등이 뒤얽혀 인물들의 내면 공포가 드러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인물마다 숨겨진 사연이 더해져 순간순간마다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자극적인 혈흔이나 귀신 모습보다, “인간이 품고 있는 죄책감과 과거의 상처”가 공간의 한기와 합쳐져 공포를 일으킨다는 점이 <기담>의 강한 매력입니다. 독특한 미장센과 사운드 연출 역시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한국 호러영화 중에서도 차별화된 작품으로 거론됩니다.


2. 줄거리

한국 공포 영화 속 BEST 장면을 뽑았을때 TOP3안에 무조건 든다는 공포의 엄마 귀신 시퀀스

 

영화는 1942년, 일제강점기 말기의 ‘안막(安幕) 병원’을 배경으로 하며, 옴니버스 장르 구조를 취하고 있어 병원에서 벌어진 세 가지 기이한 사건을 시간 순서 없이 겹쳐 보여 줍니다. 각 사건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결국 병원의 공간과 그 속에 깃든 비극적 사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형식을 취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린 소녀 환자가 한밤중 복도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담당 의사는 그 아이에게 이상하리만치 애틋한 마음을 품고, 밤낮 없이 상태를 살피지만, 차츰 이 환자에게서 현실적 설명이 어려운 증세와 기묘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의사의 아내 또한 이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며, 남편과 함께 고통스러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결혼 전부터 겪었던 어떤 사고가 이 아이와 연관되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결국 아이가 보이는 환영과 비정상적 증세가 그 사고의 잔재임이 암시됩니다.

 

병원 지하 해부실에서는 의과 실습을 위해 사체를 보관하고 해부를 진행하는 일이 이루어집니다. 어느 날 밤, 실습 중이던 의학도들이 괴이한 장면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시신이 움직이거나, 사체 주변에서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공포가 엄습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 중 하나가 예전부터 병원에 전해져 오던 ‘망령에 사로잡힌 시신’에 대한 낭설을 떠올리며, 동료들과 함께 불안정한 심리에 휘말려 갑니다. 밤이면 해부실 복도 끝에서 무언가 흔적이 보이거나, 부검 대 위에 놓인 시신이 순간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등, 현실을 가늠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학생들의 정신을 조금씩 파고듭니다.

 

2층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휴게실과 병실 근처에서도 이상한 징후가 보고됩니다. 어느 간호사는 자신이 교대 근무를 하는 밤마다 복도 구석에 서 있는 ‘하얀옷의 형체’를 보게 되고, 긴장감에 사로잡힙니다. 병원의 다른 이들은 “그건 단지 피곤이 만든 환영”이라고 넘기려 하지만, 해당 간호사는 점차 원인 모를 두통과 불면을 호소하며 점점 야위어 갑니다. 그리고 어느 비 오는 날 밤,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간 병실에서 아무 이유 없이 기절하여 다음 날 아침에 숨진 채 발견되는 충격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병동의 간호사들은 한층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고, 병원 내 분위기는 급격히 음산해지는데..


3. 평가

옴니버스 구조라서 각각 다른 이야기일것 같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세 가지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영화 <기담>(2007)은 일제강점기 말기의 안막(安幕) 병원을 무대로 하는 한국 공포 영화로, 정범식·정식 형제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1942년이라는 점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병원 내부에 깃든 음울함과 당시의 분위기가 겹쳐져 매우 독특한 공포감을 형성합니다. 작품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여러 기이한 사건을 시간 순서 없이 교차 편집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처음에는 각각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던 세 개의 에피소드가 결국 하나의 비극과 맞물려 있음을 암시하면서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킵니다.

 

영화 속 사건들은 굳이 “귀신을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대신 병원 내 의사·간호사·환자들이 과거에 저질렀거나 방치한 죄책감, 은폐된 사연 등이 공간에 한처럼 맴돌아, 인물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식으로 공포를 자아냅니다. 어느 의사 부부가 담당하던 소녀 환자가 남긴 불가사의한 흔적, 지하 해부실에서 실습 중인 의학도들이 목격한 괴현상, 그리고 2층 간호사 구역에서 벌어진 수상쩍은 죽음 같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각각 독립적인 듯하면서도 결국에는 “병원이 품고 있는 음산한 비밀”을 하나씩 드러내는 고리가 됩니다.

 

<기담>이 보여 주는 공포는, 잔혹한 유혈 장면이나 급작스러운 점프 스케어보다, “텅 빈 복도 끝에서 무언가 나타날 것 같은 서늘함”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조명과 색감, 그리고 배경음을 최소화한 음향 설계가 활약합니다. 어두운 골목을 연상시키는 병원 복도나, 낡은 벽지, 삐걱이는 문소리 등이 인물들의 말없는 두려움을 한껏 부각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악령이 어디엔가 숨어 있는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작품은 1942년이라는 배경 설정으로 인해 군복 차림의 일본 병원 관계자나 일본어 간판 등이 묘사되지만, 식민지 현실을 직접 고발하기보다는 “전쟁 시기의 억압된 분위기”가 병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과 결합해 음침한 공포로 발현되는 형태입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귀신담을 넘어, “사람이 만든 잘못과 상처가 영적으로나마 남아서 사람을 괴롭힌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환자나 시신, 의료진 사이에서 벌어졌던 모종의 부도덕이나 숨기고 싶은 사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서서히 폭로되는 전개가 섬뜩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옴니버스처럼 보이는 세 개 사건이 조금은 느슨하게 이어지고, 뚜렷한 전개 없이 강렬한 결말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미완성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또, 시대상이나 의료 윤리를 깊이 파고들지 않은 채 공포 분위기 조성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더 폭넓은 주제를 바라는 시청자에게는 아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담>이 보여 주는 공포의 본질 – 인간이 만들어 낸 은폐와 후회, 상처가 스스로 망령을 낳는다 – 은 적잖은 여운을 남깁니다.


총평하자면, <기담>은 1940년대 폐쇄적인 병원이라는 무대에서 망령이 떠도는 이유를 “인간이 버린 죄와 과오”로 설명하는 독특한 한국 공포 영화입니다. 급작스러운 놀래키기보다 철저히 지루함과 음침함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연출이 돋보이며, 죄책감과 원한이 한데 얽혀 만들어 낸 비극이 질감 있게 그려져, 시간과 공간을 넘은 스산한 공포를 체감하게 합니다. 여러모로 한국 호러 장르 안에서 독자적인 분위기와 예술적 가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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