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심한 리뷰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하이힐> 입니다.
- 제목: 하이힐(Highheel, 2014)
- 주연: 차승원, 오정세, 이솜
- 감독: 장진
- 상영 시간: 125분
- 개봉일: 2014년 6월 3일
- 장르: 액션, 느와르, 범죄, 블랙 코미디
1. 영화 소개
〈하이힐〉은 2014년 6월 개봉한 장진 감독의 누아르 액션 스릴러입니다. 차승원이 주연을 맡아 “조직폭력배도 두려워하는 전설적 강력계 형사”이자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갈망을 품은 인물” 윤지욱을 연기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폭력 세계와 섬세한 내면 갈등을 한꺼번에 담아낸 파격적 소재, 그리고 장진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액션 미장센이 결합해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2. 줄거리
형사 윤지욱은 범죄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오금을 저릴 정도로 악명 높은 ‘전설’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는 십 대 시절부터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억눌러 왔습니다. 밤마다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마음의 균형을 간신히 유지하던 지욱은, 더 늦기 전에 경찰을 그만두고 성 확정 수술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퇴직 서류를 준비하던 그때, 과거 지욱에게 쓸려 들어갔던 범죄 조직이 복수전을 시작합니다. 지욱이 어린 시절부터 지켜 주겠다고 다짐했던 소녀 장미(이솜)까지 표적이 되면서, 그는 “폭력의 삶을 떠나고 싶은 자신”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들어야 하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결국 지욱은 마지막으로 칼을 빼 들고, 조직 보스의 심장을 향해 돌진하지만 그 결전은 자신이 꿈꿔 온 ‘다른 삶’마저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3. 평가
〈하이힐〉은 장르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한국 상업영화가 가기 주저한 지역’을 정면 돌파한 실험작입니다.
첫째, 연출과 미장센 측면에서 장진 감독은 관객이 기대하는 코믹 감각을 덜어내고, 칠흑빛 누아르 톤과 과장된 피 색깔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극 초반 1대 11 주점 액션 신, 꽃게 집게·젓가락을 즉석 무기로 활용하는 장면처럼 ‘잔혹하지만 기이하게 유머러스한’ 장치가 번갈아 등장해 폭력과 웃음이 뒤엉키는 장르적 불안을 유발합니다.
둘째, 차승원의 연기 변신이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그는 근육질 형사의 거친 외피와, 여성성을 갈망하는 내면의 미세한 떨림을 극단적 대비로 표현합니다. 특히 변신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마다 슬쩍 흔들리는 눈빛이나 양 손가락 끝의 불안한 떨림은, 액션 배우로 각인된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른 결로 뒤집어 놓습니다.
셋째, 트랜스젠더 서사의 활용에는 장단이 공존합니다. 영화는 “젠더 디스포리아와 폭력적 남성성의 충돌”이라는 충격적 설정을 전면 배치해 공감대를 넓히려 하지만, 기존 누아르 공식(복수·보호·희생)을 따라가면서 결국 주인공의 욕망보다 ‘남성 영웅의 최후’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한계도 드러냅니다. 이 때문에 “퀴어 소재를 장르적 장식으로 소비했다”는 비판과 “상업영화로선 파격적인 문제 제기”라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넷째, 액션 설계는 장진 감독 특유의 과장된 동선과 슬랩스틱이 뒤섞여 있습니다. 맨몸 격투와 총격이 번갈아 터지는 가운데, 매 신마다 피격 후 ‘정지 화면을 일부러 길게 잡아 놓는’ 연출은 잔혹함보다는 만화적 카타르시스를 노린 장치로 보입니다. 이 양면성이 영화의 매력인 동시에 몰입을 깨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총평하자면, 〈하이힐〉은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캐릭터가 여성으로 살고 싶어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도전이었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아르·액션·퀴어 드라마를 한데 휘저어 ‘장르 혼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회자될 가치가 있습니다.
차승원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과감한 선택으로 꼽히며, 장진 감독에게도 “웃음 대신 피로 뒤덮인 실험”으로 기록됩니다. 장르적 충돌이 불협화음을 낼 때도 있지만, 그 불협 자체가 영화의 질문—“우리는 얼마나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가?”—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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