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소심한 리뷰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로마> 입니다.
- 제목: 로마(Roma, 2018)
- 주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타비라
- 감독: 알폰소 쿠아론
- 상영 시간: 135분
- 개봉일: 2018년 12월 12일
- 장르: 드라마
1. 영화 소개

2018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작품입니다.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의 로마(Roma) 지역을 배경으로, 한 중산층 가정의 가사도우미 클레오의 시선을 통해 가정, 계급, 여성의 삶,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깊이 있게 포착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회상담이 아닙니다.
쿠아론은 자신의 기억을 시각적 서정시로 재구성하여,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시대의 초상을 담아냈습니다.
흑백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은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예술적 감각을 동시에 품으며, 감정과 공간, 시간의 흐름을 시처럼 연결합니다.
2. 줄거리

가사도우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시티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며 집안의 아이들을 돌보고 청소와 빨래, 식사 준비까지 묵묵히 해내는 여성입니다.
그녀의 삶은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고단함과 외로움이 서려 있습니다.
한편, 이 집의 안주인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는 남편의 외도와 부재로 인해 점점 무너져가는 가정을 지탱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두 여성은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에 속하지만, ‘상실’이라는 공통의 감정을 통해 점점 묘한 유대감을 쌓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레오는 연인 페르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그녀를 버리면서, 클레오는 새로운 현실에 홀로 맞서야 합니다.
그녀의 임신, 소피아의 이혼, 가족의 해체 — 이 모든 사건들은 사회의 불안정한 공기와 맞물리며 영화 속 세계를 흔듭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해변에서 벌어집니다.
파도에 휩쓸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클레오는 자신의 아이를 잃은 슬픔과, 타인의 생명을 구한 기적 같은 순간을 동시에 맞이합니다.
그 장면에서 그녀는 슬픔과 구원의 경계를 넘어서는 존재가 됩니다.
3. 평가

<로마>는 영화 언어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감독·각본·촬영을 모두 직접 담당하며, 마치 한 편의 시각적 교향곡처럼 인물과 공간, 사운드를 조율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정적(靜的)인 카메라와 감정의 폭발 사이의 대비입니다.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에 개입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그 냉정함 속에서 관객은 오히려 더 큰 감정의 파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쿠아론의 진정한 미학입니다.
흑백 영상의 질감은 단순한 복고가 아닙니다. 기억의 왜곡과 흐릿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기억이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모든 장면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관객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한 시대의 공기를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쿠아론은 ‘보이지 않는 여성들의 존재’를 조명합니다. 클레오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약자지만 그녀의 헌신과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적 힘임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그녀를 소리 없는 존재로 취급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그 침묵을 목소리로 바꿉니다.
사운드 디자인 역시 인상적입니다. 배경음악 대신 실제 거리의 소음, 새소리, 발자국, 물소리가 리얼하게 들리며 관객이 마치 그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파도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쿠아론의 영화 인생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로마>는 개인의 서사 속에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투사한 작품입니다. 계급, 젠더, 모성, 인간의 존엄성 — 그 모든 주제가 조용한 화면 안에서 하나의 언어처럼 호흡합니다.
감정의 절제 속에서 진심이 흘러나오기에, 이 영화는 오히려 더 강력한 울림을 남깁니다.
4. 총평

<로마>는 단순히 회고의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사랑, 그리고 기억의 본질을 탐구한 시적 선언문입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 어쩌면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 아니었나요?”
삶은 거대한 사건보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기억하려는 마음 — 그것이 곧 인간의 품격이라는 사실을 <로마>는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증명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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