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심한 리뷰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파벨만스> 입니다.
- 제목: 파벨만스(The Fabelmans, 2022)
- 주연: 미셸 윌리암스, 폴 다노, 세스 로건 외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상영 시간: 151분
- 개봉일: 2023년 3월 22일(국내개봉일)
- 장르: 드라마, 성장
1. 영화 소개
어린 시절 한 편의 영화를 본 순간, 세상이 달라진 소년이 있었습니다.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샘 파벨만(가브리엘 라벨 분)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이후, 카메라에 매료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처럼 시작된 촬영이지만, 샘이 자라면서 영화는 세상을 이해하는 창구가 되고, 자신만의 진실을 발견하는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영화처럼 매끄럽지 않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과학을 중시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고, 가족의 균열과 이별을 지켜보며 샘은 성장통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왜 영화를 찍는가?"
〈파벨만스〉는 화려한 액션도, 충격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대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사랑, 상처, 꿈에 대한 갈등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거장 존 포드 감독(데이비드 린치 특별 출연)과 나누는 대화는 영화 전체의 주제를 농축한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스필버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든, 어떤 진실을 발견하든, 결국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2. 줄거리
1950년대 미국 뉴저지. 어린 샘 파벨만(마테오 조리안 프랜시스-디포드 분)은 부모님과 함께 생애 첫 극장 관람을 합니다. 그는 영화 속 기차 충돌 장면에 강한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샘은 부모님이 선물해준 장난감 기차와 아버지의 카메라를 이용해, 충돌 장면을 재현해 촬영하는 놀이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그의 세상을 이해하는 첫 번째 수단이 됩니다.
샘의 어머니 미츠(미셸 윌리엄스)는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아버지 버트(폴 다노)는 컴퓨터를 다루는 이공계 엔지니어입니다. 가족은 버트의 직장 문제로 뉴저지를 떠나 애리조나로 이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샘은 점점 더 영화에 몰두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샘의 재능을 존중하지만, 영화를 '취미'로 여기는 아버지와 그의 예술적 감각을 격려하는 어머니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샘은 캠코더로 가족 영상을 찍다가 우연히 어머니 미츠와 가족 친구 베니(세스 로건)의 관계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미츠와 베니가 단순한 친구 이상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샘은 큰 혼란에 빠지고, 점점 가족 내 갈등이 깊어집니다.
한편, 고등학교로 진학한 샘은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동급생들과 단편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며,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개인으로서의 존엄성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결국 부모님의 결혼은 파국을 맞고, 가족은 갈라집니다. 샘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할리우드에서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3. 평가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가장 사적인 영화입니다. 거대한 블록버스터, 짜릿한 모험을 그리던 감독이 이번에는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 그리고 영화라는 꿈의 기원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파벨만스〉는 '영화감독 스필버그'가 아닌, 한 명의 소년이 세상을 처음 바라본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차 충돌 장면'에서 시작된 영화에 대한 두려움과 매혹,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진실을 들여다본 경험은, 모든 창작자가 겪는 ‘첫 깨달음’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 없이, 오직 인물들의 관계 변화와 감정의 파동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한 가족의 해체 과정을 통해, 사랑, 상실, 성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달합니다.
스필버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연출력을 극도로 절제합니다. 과거처럼 과장된 드라마나 음악적 클라이맥스를 사용하지 않고, 그저 인물과 감정을 관찰하는 듯한 카메라 워크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특히 샘이 필름을 편집하다 어머니의 비밀을 발견하는 장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말보다 영상으로 모든 감정을 설명하는 진짜 영화적 순간입니다.
스필버그의 진짜 마법은 대형 스케일이 아니라, 이런 조용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에 남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가브리엘 라벨은 어린 스필버그를 연기하면서 절제와 집중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그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눈빛과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 성장의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미셸 윌리엄스는 영화의 심장이자 가장 복잡한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자 한 가족의 무게에 짓눌리는 어머니를 연기하면서, 관객에게 사랑과 상처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파벨만스〉는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샘은 세상을 영화처럼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 창작자의 사명임을 스필버그는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존 포드 감독이 남긴 "수평선은 위나 아래에 둬야지 가운데 두면 재미없다"는 조언은 단순한 영화 촬영 팁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남습니다.
총평하자면,
"〈파벨만스〉는 스필버그가 영화에게, 그리고 인생에게 보내는 가장 따뜻하고 조용한 고백이다."
거대한 액션이나 음모 없이도,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꿈을 꾸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처음 바라봤던 어린 소년의 눈빛은, 영화가 끝나도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영화가 좋아서, 인생이 소중해서, 때로는 고통스러워도 계속 기록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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